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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경계가 없다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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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민음사·1만3000원
한정현(사진)은 지난해 초 장편 줄리아나 도쿄>로 인상적인 첫 출발을 한 바 있다. 90년대 일본 도쿄의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한 사회·문화사적 맥락에 데이트 폭력과 한·일 현대사가 버무려진 이 독특한 소설은 그에게 ‘오늘의 작가상’을 안겨 주었다. 그가 2015년 등단 뒤 쓴 단편 여덟을 묶은 첫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는 줄리아나 도쿄>에 못지 않은 개성 있는 세계를 보여준다. 수록작들은 별개의 단편들임에도, 한 작품에 나왔던 인물이 다른 작품에 다시 등장하는 등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어서 일종의 연작처럼 읽힌다. 그 중심에는 1대 만신 유순옥과 2대 만신 희, 희의 아들인 여성국극 배우 주희, 주희의 조카 제인으로 이어지는 퀴어 예술가 및 지식인 일가가 있다. 희와 주희, 제인은 이름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모두 남성들이고 하나같이 여성적 정체성을 지닌 인물들이다. 이들 말고도 소설집 속에는 국극에서 남성 역할을 맡는 해녀 이씨, 여장 남자 수성, 여성으로 성 전환한 복수처럼 기존의 성 관념을 깨뜨리는 인물들이 여럿 나온다. 이들과 함께, 흑인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기지촌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니, 제니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메리, 메리의 연인 제시카, 제시카의 어머니인 한국인 여성 노동자 출신 로지 이모, 그리고 재일 조선인 사츠케와 그의 한국인 연인 경아 등이 등장해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현재의 한국과 미국 및 일본에 걸치는 광대한 시공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는 “전생 연인” “현생 친구” 같은 표현도 등장하며,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사는 두 인물이 같은 이름을 공유하기도 한다. “노래는 다 듣고 가지. 소리는 경계가 없잖아.” 표제작에서 제인과 함께 자란 이웃 한서는 학생운동에 매진하다 수배자가 되자 제인이 일한다는 미군 클럽을 은신처로 삼아 들어간다. 위의 인용문은 그가 드레스를 입은 채 노래하는 제인을 목격하고 뒤돌아 나가려 할 때 제인이 그에게 한 말이다. 소리에 경계가 없듯 사랑에도 경계가 없다는 것, 낯설고 이상한(퀴어) 존재와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귀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수록작 가운데 ‘과학 하는 마음’은 일본에서 열린 한 학회 발표문이 매개가 되어 쓰는 원고의 머리말 형식으로 되어 있고 연구논문처럼 각주가 여럿 달렸다. 책 뒤에도 작품별로 참고한 문헌과 책자 제목이 나열된 것이 이채로운데, 연구자이기도 한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특징이라 하겠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민음사 제공
한정현 작가.
한정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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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0,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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