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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언택트, 그리고 문화예술 - 전북도민일보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필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들어야 할지 모르는 단어들이 있다. 코로나19, 방역, 거리두기, 마스크, 확진자, 선별진료소, 백신, 접종, 델타변이, 재난지원금 등이다. 마치 코로나가 이 세상의 주인인 듯하다. 전염병 하나로 지구촌 전체가 난리다.

정부와 전북도, 각 시·군들은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을 정해 강제로 자영업자들의 생명줄인 가게의 문을 닫게 했다. 초기에는 소상공인들도 당연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째 접어들었는데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확산세다. 급기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단계까지 끌어올렸다. 결국 소상공인들 “코로나에 감염돼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다”며 정부의 방역대책에 반기를 들고 현실에 맞는 방역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답답하기는 정부도, 소상공인도, 국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희망자금이다 해서 추경을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모든 사람들은 피로가 쌓여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조그마한 일에도 즉각 반응한다. 사람들이 싫어지게 한다. ‘요즘 짜증이 무척 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웃으며 지나치던 일조차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코로나시대에서 가장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사업자도, 근로자도 아니다. 그냥 문화예술인이다. 그렇다보니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지원제도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인 것이다. 뒤늦게 문화예술인 지원정책을 정부도, 지자체들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는 딱히 방법이 없다.

필자는 제안하고 싶다. 몇십 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문화예술인을 지원했다 자랑하지 말자. 특별회계를 편성해서라도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을 일률적으로 구매해주는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은 일반 직종 종사자와 달리 몇 푼의 돈에 자신의 예술혼을 저당 잡히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예술혼을 살리면서 코로나시대를 살아갈 수 있도록 지자체들이 일정 기준을 정해 예술품을 구매해주는 것이다. 대회도, 공모전도 아니므로 작품을 구매하는 심사위원도 필요 없다. 작품 구매 기준만 정하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언택트시대에 맞는 발표기회를 제공하는 문화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말 <코로나 극복 문화플랫폼 지원 필요하다>는 칼럼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집에서도 쉽게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전북문화 플랫폼’ 지원에 전북도와 시·군은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제시했었다. 또 ‘(지자체들은) 전시와 공연에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 개발 및 지원, 홍보까지 문화예술 지원방식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났어도 이뤄진 것은 없다. 한 문화예술인의 푸념으로 경시한 게 아닌지 답답할 뿐이다.

팬데믹, 언택트, 그리고 문화예술. 비빔밥으로 어울리는 재료는 분명 아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지자체가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기대하기 어렵다. 앞뒤 재지 말고 일단 현장, 시민 속으로 들어가 뭐든 시도해 보는 게 의외의 묘안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음악회·연극도 좋고, 찾아가는 전시회도 가능하다. 도심 곳곳에서 캐리커처, 초상화 등을 그려줄 수도 있다. 작가들도 밖으로 나가 곳곳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주제, 소재로 시를 즉석에서 써 준다거나 낭독회를 해도 좋다.

문화예술로 코로나 블루·레드·블랙 모두 극복하자. 일상과 생활 터전 곳곳에서 문화와 예술, 그리고 문화예술인이 넘쳐나는 전북문화판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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