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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으로 변화 만들겠다" - 경남도민일보

창의성 보장·문화 저변확대 등 건강한 문화생태계 조성 계획
'부천아트벙커'예시로 들며 문화의 갈등 극복 기능 소개
관료주의 경계·전문성 강조

'문화정책통'으로 불리던 그가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왔다. 손경년(59) 대표는 지난해까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부천문화재단·문화체육관광부를 오가며 일한 20년 경험을 김해서 녹여 내고 싶다고 한다. 인터뷰 동안 시설 중심 탈피, 시민·예술인 중심의 문화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재단의 정책 기능 강화를 꼽았다. 지난 2일 취임한 손 대표를 임기 시작 2주 만에 만났다.

-어떤 자세로 임기를 보낼 것인가?

"예술경영을 배우고 익힌 사람으로서 쓰임새 있게 행동하려 한다. 정체성을 갖고 남이 하는 것은 따라하지 않으려 한다. 랜드마크 조성 이런 건 지난 유행이다. 문화생태계를 살찌우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보는 사람이 없으면 창작·제작을 하는 예술인도 사라진다. 예술가의 창의성과 전위성을 보장하고, 누리는 사람 즉 시민 생활문화 저변 확대를 동시에 가져가는 투트랙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 손경년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손경년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중소도시 문화재단 대표를 연이어 맡게 됐다. 부천문화재단 대표 임기를 마치고 이후 김해문화재단 대표에 도전했다. 과거 여러 포럼과 토론회 등에서 문화분권을 강조했던 철학이 반영된 것인가?

"어디서 살까보다 어떻게 살까 고민하는 편이다. 제 경험적 자산의 대부분은 지역으로 보자면 서울·경기 쪽에 머물러 있다. 통영에서 태어났지만 대학부터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던 지리적 공간이 소위 말하는 수도권이었다. 달리 말하면 서울·경기권 경험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2001년 부천문화재단이 설립되던 해 정책실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서 조사연구팀장과 도시조성실장을 지냈고, 이후 다시 부천문화재단에서 일했다. 2010년부터 문화예술본부장, 상임이사를 거쳐 재단 대표이사가 됐다. 시작하는 위치가 분명히 달라졌다. 그래서 요구받는 역할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김해문화재단은 대표이사 자격으로 뽑혔고, 제가 쌓아온 경력을 십분 발휘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삼고자 한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해마다 문화재단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던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고 반응은 어땠나?

"보고하는 대상에 대한 역발상이 시작이었다. 2010년 문화예술본부장 때였는데, 생각해 보면 보고는 늘 아랫사람이 직위가 높은 사람에게 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업무보고에 익숙하다. 시민이 주인이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최상위로 여기고 보고·설명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초에 재단의 한 해 사업과 살림 즉 예산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딱딱하면 시민들이 오지 않으니 부서원들이 아이디어를 적극 냈다. 또한 약속의 의미도 있고 기억하기 좋도록 해마다 2월 2일 오후 2시에 설명회를 고정했다. 첫해는 아니나 다를까 예산 지원에 관심있는 단체 쪽에서 참석했다. 익숙한 광경이었고, 시민 참여를 높이고자 설명회 방식과 테이블 구성 등 해마다 변화를 줬다. 지원사업 부문은 별도 테이블을 마련해 예술인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문화재단 신년 사업설명회를 부천만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부천처럼 '시민에게 한다'는 건 당시 이례적이었고 지금은 많이들 그렇게 한다. 변화를 이끌었다고는 생각한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방정부 출자·출연기관 형태로 문화재단들이 생겨났는데 김해문화재단은 어디쯤 와있나?

"김해문화재단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아직은 시설 중심인 것 같다. 법정문화도시 지정 이후 문화도시센터가 정책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책 기능을 보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거 흐름을 상기해 보자. 1997년 경기문화재단이 설립된 이후 2000년대 초반 마치 붐처럼 지방정부 산하에 문화재단들이 출범했다. 당시는 시설 중심이었다. 공연장·전시장 관리 기능이 기존 시설공단에 있었다면 재단을 만들어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2014년 지역 문화진흥법을 만든 이후 문화재단이 그 지역의 기초단위든 광역단위든 문화정책을 구상하고 민간과 협업하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는 게 흐름이다. 물론 출범 시기가 15~20년 넘는 곳들은 시설 중심에서 정책 중심으로 역할이 변화했지만, 아직 시설 중심에 머무른 곳도 많다. 특히 일종의 루틴처럼 재단이 출범할 때는 대부분 시설 관리 기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수원문화재단처럼 만들 때부터 도시 문화정책을 구상하는 단위로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 손경년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김해문화재단
▲ 손경년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김해문화재단

-문화는 예술성을 강조하지만 사회문제 해결에서도 역할과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문화정책 거버넌스 모델로 '부천아트벙커' 사례가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경험담을 소개해 달라.

"2010년 가동 중단된 쓰레기소각장이 2018년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014년 부천시와 부천문화재단이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도전해서 뽑히면서 구체화됐다. 그 전에 다이옥신 문제 등 소각장은 골칫덩이였고, 신도시 확대 이후 기능도 다해 문을 닫았다. 당시 철거비만 70억 원이라고 했다. 재단에서 문화정책으로 풀고자 했고, 무엇보다 문체부도 예산이 적어 갸우뚱했던 사업을 시가 적극 지원했다. 주민 갈등 요인을 없애는 방식에서 적당히 봉합하는 수준이 아니라 극복하고 다음으로 향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했다. 다행히 하드웨어를 만들기 전에 예산 30%를 소프트웨어 즉, 시민과 전문가가 만나는 프로그램 지원에 쓰도록 배정되면서 복합문화공간이 탄생했다. 노인과 청년이 만나고, 전문가와 주민이 같이 사례를 찾고 만들었다. 완성형 아닌 미완성형 오픈을 하고 세부 콘텐츠는 운영자에게 맡기기로 했다."

-문화재단 역할과 기능이 변모했다. 관료주의, 행정 과잉, 독립성 훼손 등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언제부터인가 재단이 보조금 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하며 가이드라인 안에 있는 사업만 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즉 자기 사업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또 다른 한 축은 시에서 던져주는 사업만 하는 경우다. 그게 하다보면 편하기도 하다. 새로운 걸 안해도 된다는 소리다. 그런 게 쌓여 문화재단 무용론까지 나온다고 본다. 물론 출자·출연금에서 나온 예산을 배정받는 만큼 지방정부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문성 영역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손 놓기 시작하면 관료주의에 빠진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고 지방정부도 문화재단을 중간 관리기구로 여기는 태도도 분명 존재한다. 책임성은 요구하면서 자율성은 제한한다. 그 문제로 곳곳의 문화재단이 몸살을 앓는 중이다. 돌파해야 한다. 자율성을 주세요 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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