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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유찰 '간송 불상' 국립박물관이 품었지만…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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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재정난에 불상매각 나서
“설립자 유지 저버렸다” 비판
‘경매보단 국가 매입’ 여론 일자
국립박물관, 눈치보다 매입 눈총
지난 5월 21~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경매를 앞두고 사전 공개됐던 당시 간송 컬렉션 소장 불상 2점의 전시 모습. 앞이 7세기 전기의 금동보살입상이며 뒤가 7세기 중기의 금동여래입상으로 모두 국가지정보물이다. 두 불상은 5월 27일 열린 경매에 출품됐으나 유찰됐다.
지난 5월 21~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경매를 앞두고 사전 공개됐던 당시 간송 컬렉션 소장 불상 2점의 전시 모습. 앞이 7세기 전기의 금동보살입상이며 뒤가 7세기 중기의 금동여래입상으로 모두 국가지정보물이다. 두 불상은 5월 27일 열린 경매에 출품됐으나 유찰됐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간송 미술품 거래는 결국 상처만 남긴 채 끝났다. 팔고 사고 중개한 이들이 모두 체면을 구겼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문화유산을 반출의 위기에서 구했던 대수장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중요 수집품. 지난 5월 간송가 후손이 주위의 우려를 무릅쓰고 케이(K)옥션 경매에 시작가 15억원대로 공식 출품했다가 한 사람의 응찰자도 나서지 않아 유찰된 삼국시대 불상 두점이다. 간송의 권위를 산산조각낸 이 불상 두점이 국립박물관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4일 “지난 5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유찰됐던 간송가의 소장품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을 지난달 예산으로 구입했으며, 재개관 시점에 맞춰 전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두 불상은 1963년 1월21일 나란히 보물로 지정된 7세기 전반과 중반께 작품이다. 하지만 간송 컬렉션을 대표하는 최상급 명품은 아니다. 박물관 쪽은 매입 금액에 대해 “20억여원”이라고 밝혔다. 경매 시작가 15억원을 고려하면, 값을 조금 깎아 인수한 것이다. 박물관 쪽은 간송미술관과 경매사 쪽이 지난 6월 박물관에 구매 의사를 타진해 지난달 구입을 결정했으며, 앞으로 전시와 과학적 조사와 학술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송 컬렉션 유물의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간 것은 처음이다.
7세기 전기로 추정되는 금동여래입상. 당당한 표정과 체구가 돋보인다. 오른쪽 어깨 부분만 도드라지게 육감적으로 드러낸 색다른 옷차림이 인상적이다. 당나라 초기 양식의 영향을 받은 통일신라 불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7세기 전기로 추정되는 금동여래입상. 당당한 표정과 체구가 돋보인다. 오른쪽 어깨 부분만 도드라지게 육감적으로 드러낸 색다른 옷차림이 인상적이다. 당나라 초기 양식의 영향을 받은 통일신라 불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간송 후손이 2013년 세워 운영해온 컬렉션 관리 기관인 간송미술문화재단은 2018년 전성우 이사장의 별세 이후 세금 문제 등 재정난에 시달리다 두 불상 매각에 나섰다. 일제강점기 보화각(간송미술관)을 설립해 ‘문화유산의 위대한 지킴이’ 노릇을 했던 간송의 유지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재단 쪽은 앞으로 서화·도자·전적류에 주력하고 불교 관련 소장품은 정리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도 내놓아 소장품이 계속 처분될 것이란 우려를 낳은 바 있다. 국립박물관 쪽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공공적 역사적 의미가 큰 간송 컬렉션은 국가가 구입해야 한다는 여론을 고려해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계에서는 대체로 개인 소장품이 되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그러나 경매와 구매 과정 속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성찰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남 거창에서 나왔다고 전해지는 7세기 중기께 금동보살입상. 용모가 전형화한 당대 중국풍 불상과 달리 한반도 고대인의 생생한 얼굴을 소재로 조형한 듯한 느낌이 물씬하게 난다. 서 있는 자세나 표정 등이 강직하고 단정해 보인다.
경남 거창에서 나왔다고 전해지는 7세기 중기께 금동보살입상. 용모가 전형화한 당대 중국풍 불상과 달리 한반도 고대인의 생생한 얼굴을 소재로 조형한 듯한 느낌이 물씬하게 난다. 서 있는 자세나 표정 등이 강직하고 단정해 보인다.
재정난으로 인한 고육책이라지만, 민족문화유산 컬렉션의 공공성을 고려한다면 사전에 국가박물관과 컬렉션의 미래를 위한 심층적인 논의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도 경매 출품 사실이 알려진 뒤 국가가 매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눈치를 보다 꼼수 행보를 보였다는 눈총을 받았다. 특히 지난 5월27일 경매 직전 관장이 일부 언론에 “박물관 후원회의 지원으로 구입할 용의가 있으니 출품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한 것은 다른 민간 컬렉터의 응찰을 사실상 가로막는 행태로 비쳤다. 한 중진 학자는 “간송가는 갑작스럽고 무리한 경매 출품으로 일제강점기 문화유산을 지킨 선친의 권위를 무너뜨렸고, 빈약한 재정적 기반까지 노출해 명예를 실추시켰다. 국립박물관 역시 진중하지 못한 행보를 보였다. 승자 없이 상처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간송 컬렉션 중 두 불상보다 훨씬 가치가 월등하다고 평가받는 국보 계미명 삼존불상과 고려시대 삼존불감 등이 추가로 경매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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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4, 2020 at 04:3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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