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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건희가 韓 문화예술 살찌운다 - 머니투데이

10일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옥상에서 바라본 이건희 기증관 건립부지로 결정된 송현동 일대 모습.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가칭)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뉴시스
10일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옥상에서 바라본 이건희 기증관 건립부지로 결정된 송현동 일대 모습.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가칭)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뉴시스
중세 암흑기를 끝내고 유럽의 르네상스를 일군 일등공신으로 늘 메디치 가문이 거론된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호령하는 당대 최고의 부자라서가 아니라, 모아둔 금은보화로 예술 창·제작을 후원하고 걸작을 쓸어담아 문화융성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예술가가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메디치가의 마지막 후계자는 피렌체 시민을 위해 모았던 작품들을 기증하기도 했다. 수 백년이 지나 메디치 가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모습을 감췄지만, 이들이 남긴 문화의 힘은 여전히 전 세계 관광객을 피렌체로 이끌고 있다.

국내 최고 부자인 삼성가도 100년 뒤엔 재벌이 아닌 '한국의 메디치가(家)'로 기억될 전망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점의 국보급 예술품들이 광화문 옆에 터를 잡기로 결정되면서다. 이건희 회장이 떠난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삼성가의 문화 영향력은 한국 문화예술의 성장 촉진제가 되고 있다.

삼성이 점찍었던 땅, 30년 만에 돌아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전망대에서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 시장과 황 장관 뒤로 보이는 부지가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송현동 부지. /사진=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전망대에서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 시장과 황 장관 뒤로 보이는 부지가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송현동 부지. /사진=뉴스1

1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7141.6㎡ 중 일부(9787㎡)를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들어설 부지로 최종 확정하고 미술관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체부는 조만간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에 돌입해 내년 하반기 국제설계 공모절차를 추진해 2027년 완공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건희 기증관의 송현동행을 두고 필연적인 운명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해당 부지는 1990년대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 미술관장이 삼성미술관을 짓기 위해 점찍고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의뢰까지 맡겼던 땅이란 점에서다. IMF 등 악재가 겹치며 포기한 이후 한진그룹 등을 거쳐 30년 만에 이건희 이름을 달고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건희 기증관 업무협약식. /사진=뉴스1
이건희 기증관 업무협약식. /사진=뉴스1
이건희 기증관이 광화문 옆에 들어선단 소식에 문화예술계 뿐 아니라 관광시장까지 들썩이는 분위기다. 이건희란 이름이 갖는 존재감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이중섭의 '황소',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시·공간을 초월한 명작의 위상이 해외 관광객까지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건희 기증관을 중심으로 광화문 일대를 뉴욕이나 베를린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벨트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향후 이건희 기증관은 대규모 기증의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건희 기증관이 건립되면 (광화문) 일대가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한다"며 "이건희 기증관을 통해 서울을 세게 톱5 문화관광도시로 도약시키고, 한국이 명실상부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가 남긴 '문화 임팩트', 벌써부터 보인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공개 첫날인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시민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공개 첫날인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시민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삼성 창업자인 호암(湖巖) 이병철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지는 삼성가가 남긴 문화유산의 기증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거리두기로 문화일상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4만7000여명 이상의 국민이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된 '이건희 컬렉션'을 다녀갈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고고학계 등 의외의 분야에서도 성과가 드러나고 있어서다.

실제 올 여름 서울 인사동에서 발굴된 연도미상의 금속활자가 고작 6개월 만에 유럽의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10년 이상을 앞선 조선 인쇄술의 꽃이자,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 '갑인자(甲寅字·1434년)'로 인정받은 배경에도 이건희 컬렉션의 역할이 컸다. 컬렉션으로 기증된 근사록(近思錄·1435)이 갑인자의 실체를 밝혔기 때문이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근사록에 적힌 글자 형태와 모양을 비교해 갑인자를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이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시간에 맞춰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람객들이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시간에 맞춰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건희 기증관이 송현동에 자리잡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지역 문화향유 문제 해결에도 삼성가가 나선다. 정부가 수도권에 치우친 문화예술 편중현상을 해소하고, 전 국민이 이건희 컬렉션을 볼 수 있도록 권역별 순회전시를 제시했는데,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도 참가하며 힘을 보탠다. 국보급 예술품을 보유한 리움 작품까지 지역 순회전시에 내주기로 한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증의 뜻을 살려 지역순회전에 리움도 참가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리움 측에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고가의 미술품 이동 문제 등을 고려하면 사립미술관인 리움이 전국을 돌아야 하는 지역 순회전에 참가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건희 기증관을 통한 문화균형발전과 지역의 문화향유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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