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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치는 시민참여가 기본이다 - 전북도민일보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최근 지역개발 및 지역문화 진흥에 있어 ‘문화자치(文化自治)’가 화두다. ‘문화자치’는 용어에서 의미하듯 ‘시민참여’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시민참여는 시민들이 문화정책을 결정하고 시행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발적 지역문화가 형성됨에 따라 지속가능성 또한 담보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자치는 또 지역 내 몇몇 문화예술인 또는 단체, 계파에 의한 무소불의(無所不爲)적 문화권력(?)의 폐해를 차단해 소위 ‘그들만의 잔치’란 지역토착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각종 문화관련 공모에서 문화수요자인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일반 시민은 보아 좋으면 된다. 그럼에도 현재 전북의 문화정책은 예술인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전북의 문화예술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하다. 그럼에도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합리적 노력면에서는 경기도보다 뒤져 있다. 경기도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자치를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국내 최초로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어 전국적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는 도민이 직접 문화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참여시켜 경기도만의 지역문화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경기도는 문화 분야가 정책 중요도에 비해 자치분권 실현이 미흡한 분야로 판단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9년 경기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경기도 문화예술진흥 중·단기 계획(2020~2024)’을 수립했다. 경기도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역문화판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도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조사하고, 분석해 마련했다.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럽기까지 하다.

‘경기도 문화예술진흥 중단기계획’ 수립을 위해 도민 조사과정에서 하나의 특징이 발견된다. 도민 10명 중 6명(58.5%)은 경제 등 타 영역과 비교해 문화예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도민 10명 중 0.5명(4.9%)만이 문화정책수립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도 전북은 더욱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문화수요자인 도민을 배제한 체 행정이나 극소수의 문화권력자 및 단체에 의해 지역문화정책이 좌지우지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는 한 지역문화판은 소수 문화예술인들의 잔칫상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14일 전국 최초로 문화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도민 등 다양한 문화주체 및 시민들의 참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기도는 문화자치 기반 조성과 역량 강화,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 선정 및 추진, 시·군 문화자치센터 시범 운영, 문화자치 활동가 교육, 지역 제안형 특성화사업 등 하드적 분야를 담당한다. 이를 위해 시·군을 대상으로 문화자치 활성화 시범사업에 대한 수요조사를 지난 10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경기도는 2022년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지역문화정책의 실질적 주체는 도민이 되는 형태다.

전북은 어떠한가? 타지역과 비교해 전북지역의 문화예술은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우리는 자평해왔다. 하지만 문화관련 정책 수립 및 시행에 있어선 행정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도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다. 문화정책 참여자는 극소수의 대학교수·문화예술인·시민단체 관계자로 국한되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수요자인 일반 시민들은 배제 당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자 중심의 정책은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전라북도만의 고유한 문화정책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 문화정책에 시민들의 참여폭을 확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수요공급의 원칙’은 경제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의 특색을 잘 담고 있는 지역문화계에서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필자는 감히 생각한다.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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