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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인연-또 다른 삶 < 문화더하기 < 사설/칼럼 < 기사본문 - 중부일보

인연은 온 몸이 길인 담쟁이 넝쿨처럼 참으로 다양한 통로로 얽혀있다.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인연, 새로운 일을 하게 된 인연, 상황적 사물과의 갑작스런 인연, 좋은 인연, 나쁜 인연. 인연은 수많은 동기와 계기의 출발점이다. 이것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緣의 결합이듯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의 경로까지 연결된 필연적 동행길인지도 모른다.

요즘 내게 새로운 인연 하나가 생겼다. 자전거 라이딩이다. 내게 어반스케치를 배우고 있는 수강생 중에 몇 분이 MTB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두 바퀴라는 팀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한번 빠지면 무엇이고 끝을 보는 성미인지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지난해 늦가을 드디어 자전거를 구입했다. 이후 매주 토요일은 무조건 시간을 고정해두었다. 곧 겨울이 오고 혹한이 닥쳤지만 자전거 타는 일은 놓치기 싫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많은 생각들을 생산하기도 했고 안 좋은 일들을 날려버리는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오기를 부리지 말라는 얘기도 있지만 나는 오기보다 도전이 훨씬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많이 달리고 좀 더 빠르게 달리고 추위와 더위에 더욱 강한 체력을 더하고 싶었다. 내가 배낭여행을 하면서 우리와 국교가 없고 북한 대사관이 있는 시리아나 쿠바 같은 시회주의 국가가 긴장과 흥미를 배가했던 것처럼 도전은 늘 내 앞에 있는 강한 자극을 주었다.

여행에 중독되었던 젊은 시절처럼 요즘은 운동에 중독된 느낌이다. 나는 매일 30분을 걸어 피트니스클럽에 간다.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합쳐 3시간 가량을 한다. 운동이 끝나면 다시 30분을 걸어서 작업실까지 간다. 퇴근은 다시 수원천을 1시간 동안 걸어서 간다. 아파트에 들어서면 다시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데 12층 꼭대기라 나는 늘 등산하듯 계단을 오르면서 천혜의 조건을 공짜로 가졌다고 행복해 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는 나의 든든한 이동수단인 다리를 애용하고 있다. 다리는 친 환경적이며 아무리 먼 길을 가도 교통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더구나 하체를 건강하게 하면 모든 인체의 순환구조가 원활하게 작동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매연이 발생하지 않아 친 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교통비가 없고 하체를 튼튼하게 가꿔주며 모든 마음체계를 정화해주는데도 기여를 하는 것이다. 알랭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걷는다는 것,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생각의 산파라고도 했다. 이제 자전거는 나의 다리와 더불어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나의 일부가 되었다. 고맙고 유쾌 상쾌하고 신나는 방법이다. 학창시절 나는 50여 리의 비포장 길을 자전거로 통학하기도 했다. 도시락이 들어있는 책가방을 싣고, 가끔은 친구를 태우고 신나게 달렸다.

산바람 강바람, 들바람도 좋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세파와 숨 고르기를 하는 것도 라이딩의 매력이다. 아직 시골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돌담도 발견할 수 있고 길가에서 자운영, 접시꽃, 들장미와 양귀비 꽃을 계절마다 번갈아 볼 수 있어 좋다. 야생화는 도시의 찌든 꽃들보다 훨씬 선명하다. 우리가 태어나고 바라보는 모든 사물이 인연이듯, 나를 스쳐간 관계의 발화처럼, 너와 내가 맞닿아 살아가는 음표 같은 찬란한 시 한편이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중략)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중에서>

이해균 해움미술관 대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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