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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선물 보따리’가 터졌나 보다 - 미디어SR

이성낙(사) 현대미술관회 전 회장가천대학교 명예총장
이성낙(사) 현대미술관회 전 회장가천대학교 명예총장

분에 넘칩니다. ‘이건희 컬렉션’이라 지칭되는 ‘선물 보따리’가 이 땅에 굴러왔습니다. 무슨 서운(瑞雲)의 징후(徵候)인 양 말입니다.

‘컬렉션’의 행방을 두고 많이 초조해하다가 어떤 식으로든 이 땅에 머물 것이라는 낭보에 국내 문화 애호가들은 “와~우” 하고 안도하며 반겼습니다. 로댕 (Rodin, 1840~1917), 모네(Claude Monet, 1840~1926),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 ), 키퍼(Anselum Kiefer, 1945~ ) 등등의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외국 유수 미술관에서 명작을 감상하며 그 작품의 아름다움에 도취하긴 했어도 특별히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돌아보니, 무의식중에 꽤나 부러워했던가 봅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부러워했던 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첫 번째가 오래전 일본 도쿄의 ‘우에노(上野) 미술관’에서 많은 현대 작품을 보며 저도 모르게 배앓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이 피카소의 작품 한 점 소장하고 있지 않다는 엄연한 사실을 실감했을 때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이건희 컬렉션’의 행방에 민감했던 듯싶고, 그만큼 더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행복해하는지도 모릅니다.

근래 우리나라에는 마치 웬 문화 선물이 몰려오는가 싶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Musée Pablo Picasso)’의 소장품이 서울에 왔습니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을 맞아 ‘서울 나들이’에 나선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 런던에 있는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의 소장품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초청으로 우리 땅을 밟았습니다. 특기할 사항은 전시품 중에 영국을 대국으로 이끈 엘리자베스 1세(Elisabeth I, 1533~1603) 여왕의 초상화와 함께 셰익스피어(William Shakspeare, 1564~1616)의 초상화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16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대문호 셰익스피어 초상화가 해외 나들이를 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영국은 셰익스피어 초상화를 수장하게 되자 그 큰 기쁨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독자적 미술관을 세계 최초로 건립했다고 합니다. 1856년의 일입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 초상화가 특별하다는 뜻입니다. 세계적 대문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유화 작품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탈리아의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하면 떠오르는 작품 ‘모나리자(Mona Lisa)’와 ‘북구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페르메이르(Jan Vermeer, 1632~1675)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Das Maedchen mit dem Perlenohrgehaenge)’와 더불어 영국의 이 셰익스피어 초상화는 해외 전시를 금기시하는 것으로 소문난 작품입니다. 그런 역사적인 셰익스피어 초상화가 먼 서울에 온 것이니 미술 애호가들의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시대 미술계의 거장 호크니(David Hockney, 1937~ )의 동영상 작품도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과 L.A., 일본 도쿄 그리고 한국 서울, 즉 4개국 5개 도시에서만(!) ‘세계 초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호크니의 작품은 서울 COEX 일명 ‘K-Pop 광장’에서 상영됩니다. (참고: 5월 1일부터 31일까지 매일 20:21 시에 방영). 먼 지평선에 작은 햇살이 비치더니 차츰차츰 태양의 본모습이 온 세상을 찬란하게 밝힙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기억하라, 태양과 죽음은 결코 오래 볼 수 없다는 것을(Remember you cannot look at the sun or death for very long).” 왠지 우리를 무거운 침묵에 빠지게 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나라에 굴러 들어온 ‘문화 복주머니’를 마음껏 즐기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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