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 ‘아미 오브 더 데드’ 21일 넷플릭스 공개
‘새벽의 저주’ 이후 17년 만에 좀비물로 돌아와
아미 오브 더 데드>. 넷플릭스 제공, 예고편 갈무리
2004년 5월 개봉한 새벽의 저주>는 그때까지 할리우드에서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광고(CF) 감독 출신 연출가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며, 1980년대에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좀비물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이 영화는 여덟달 먼저 개봉한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와 함께, 저예산 비(B)급 영화의 소재였던 좀비를 게임, 카툰,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살아난 시체들’의 재림이었다. 이후 스나이더는 “최악의 오리엔탈리즘”이란 혹평 속에서도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300>(2007)으로 흥행 감독 자리에 올랐고,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등 디시(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연출하며 거물 감독이 됐다. 그런 그가 새벽의 저주> 이후 17년 만에 다시 좀비물로 돌아온다. 오는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되는 아미 오브 더 데드>는 그가 각본과 연출은 물론 촬영까지 맡은 액션 영화다.
스나이더 감독은 지난 6일 오전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오랜 준비기간과 넷플릭스와의 작업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 영화를 구상한 건 새벽의 저주>를 마무리하고 나서였지만, 직접 연출할 생각은 없었다. 예산 확보도 어려웠다. 처음에는 워너브러더스와 협업하려 했는데,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넷플릭스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너무 좋은 생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영화 제작이 빠르게 진행됐다.” 영화는 카지노 금고에 있는 수천만달러를 빼오려고 좀비 창궐로 봉쇄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잠입하는 용병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정부가 라스베이거스에 핵폭탄을 투하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와야 하는 용병들 앞으로 피에 굶주린 ‘좀비 부대’가 구름처럼 몰려온다.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스나이더 감독은 “좀비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장르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기에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가 좋은 배경이 될 것이라고 봤다. 또한 부자와 빈자가 많은 곳이다. 인물들을 격리하고 단절시키기에 좋은 공간이라고 여겼다”고 답했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 그는 촬영까지 맡아 뮤직비디오와 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꼭 쓰고 싶은 렌즈가 있었다. 이번에 사용한 캐논 드림렌즈는 매우 예민하고 작동하기도 어렵지만, 좀 더 유기적인 느낌을 준다. 이 렌즈를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번 촬영을 맡겨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광고 촬영할 때 이 렌즈를 많이 사용해봤기 때문에 내가 직접 촬영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좀비 영화의 창시자 조지 로메로의 동명 원작(1978, 국내 개봉명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한 새벽의 저주>와 이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선 “이 영화는 처음부터 새로운 세계관으로 만들었다. 관객들도 새로운 좀비 세계관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영화에 좀비 호랑이가 출몰하고, 우두머리인 변종 좀비 제우스와 왕비 아테나가 나오는 등 기존 좀비 영화와는 다른 설정과 구성이 돋보인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 직접 촬영까지 맡은 잭 스나이더 감독.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좀비물답게 사지절단과 피칠갑으로 점철된 잔혹한 고어 장면들 속에서도, 용병을 이끄는 주인공 스콧(데이브 바티스타)과 딸 케이트(엘라 퍼넬)의 관계를 중요한 감정선으로 다룬다. “부녀관계가 영화의 핵심이라 볼 수도 있다. 각본 쓰면서 개인적 경험, 저와 아이들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 누구보다 내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도 아이들이다. 삶의 부침을 아이를 통해 느낄 수 있고, 그걸 영화에 녹이려고 했다.” 그는 디시 영화 저스티스 리그>(2017) 촬영 도중 딸이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영화에서 하차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라는 무려 4시간짜리 버전을 오티티 등으로 공개한 것이 호평받으면서 여전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재난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이와 관련해 스나이더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재미와 스릴을 느끼고 싶다면, 그 목적을 이뤄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어떻게 현 사회를 반영하고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그런 역할도 수행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이 영화를 어떻게 관람할 것인지는 바로 관객 여러분들에게 달렸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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