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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고] 문화생태계의 기반, 동네 책방 / 이나연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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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ㅣ 제주 출판사 ‘켈파트프레스’ 대표·미술평론가 진주의 권영란 필자가 지난 ‘서울 말고’ 칼럼에서 “동네 책방과 도서정가제”에 대해 논했다. 출판이나 서점 관계자가 아닌 입장에서 쓴 글을 읽으며 제주에서 ‘서울 말고’를 쓰면서 출판 관계자의 입장에서 화답하고 싶었다. 제주는 동네 책방과의 관계가 특별한데다 올해는 책방 관련 행사도 유난히 풍성하다. 이렇게 제주가 책과 연이 깊어지기 전에 도서정가제가 있었다는 확신에서 이 글은 시작된다. 동네 서점 지도 서비스업체 퍼니플랜에 따르면,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2014년 이후 독립서점은 2015년 97곳에서 2019년 551곳으로 급증했다. 1990년 이래 서점 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였는데, 독립책방이란 새로운 형식으로 서점이라는 사업장이 증가세를 타게 된 셈이다. 정식 등록된 551곳의 독립서점 중에 제주에만 36곳이 있어, 수도권 외 지역에선 가장 많다. 전국에서 4위다. 2014년 봄에 생긴 ‘소심한 책방’과 같은 해 가을에 생긴 ‘라이킷’이 제주 독립서점의 시작이었다. 정확히 도서정가제가 강화된 시점에 시작된 제주 독립서점의 흐름을 논할 때, 카페나 게스트하우스같이 대안적 소득모델을 겸하는 곳까지 셈해 1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는 이들도 많다. 켈파트프레스에서 2017년도에 만든 독립서점 지도엔 13곳에 불과하던 것이 2018년도 개정판엔 22곳으로 늘었다. 그 뒤 제주 여행을 위한 아이템으로 책방투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늘었고 이 수요에 맞춰 책방 지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한 여행사에서 2020년에 만든 최신 책방 지도엔 참여를 원하지 않는 서점을 여럿 제외하고도 55곳이 포함됐다. 적어도 전국 통계에 잡히는 36곳보단 두배는 많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이렇게 너도나도 제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니, 이 사업이 매력적인가 궁금할 만하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수탁판매 형식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운영하는 대부분의 독립서점들이 서가를 꾸리는 데는 초기 비용이 여느 창업에 비해 많이 들지 않는다. 1만원짜리 책 한권을 팔면 30%인 3천원의 수수료 수익이 생긴다. 이 수익만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임대료를 내고 주인의 인건비까지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책은 많이 팔리지 않는다. 열악한 사업구조다. 그럼에도 제주에 책방이 증가했던 건 그나마 도서정가제가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안전망이 돼줬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제주에는 소위 대형서점이라 불리는 브랜드들이 입점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렇게 자생적으로 생긴 제주만의 독립서점들을 문화거점공간으로 삼아 역으로 기관에서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주를 풍성하게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행사 규모가 줄어들거나 운영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긴 했지만, 행사 자체가 취소되진 않았다. 2020년인 올해 전국 최대 규모의 독서대전인 대한민국독서대전 개최지가 제주가 됐다. 서귀포 문화도시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을 책방데이로 지정해 서귀포지역에 있는 책방을 거점으로 프로그램을 펼친다. 예비 문화도시에 선정된 제주시 역시 책방예술제를 기획해 7∼8월에 제주 시내 18개 서점을 기반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세 행사 모두 책과 책방이 없었다면 기획 자체가 없었으리라. 프랑스는 2014년에 오프라인 서점만 정가의 5%를 할인하고 무료배송을 허용하는 ‘반아마존법’을 시행했다고 했다. 규모가 작은 동네 서점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이다. 도서정가제가 요구하는 것은 책을 비싸게 팔겠다는 게 아니라 ‘적정한’ 가격에 팔겠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지금보다 강화되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에, 폐지 청원이 올라간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제주의 매력적인 작은 책방이 모두 문 닫는 일을 지켜볼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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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0, 2020 at 04:2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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