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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 차문화 어디까지 왔나- 윤덕점(시인·사천문화재단 자문위원) -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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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 2020-08-05 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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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들에게 사백여 년 동안 한결같이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센리큐다. 무질서하고 화려한 일본차를 개혁해 고매한 정신의 차원으로 일본차문화를 끌어올린 까닭이다. 차는 높은 정신의 산물이며 하나로서 완전한 음식이다. 차의 원형은 중국차에 있지만 오늘날 일본차를 아무도 토달지 못하는 것은, 철학적이며 일본인의 와비정신을 승화시켜 미의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일본에 와비정신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한의 정서가 있다. 우리는 왜 이 한의 정서를 우리 차에 녹여 차문화를 이룩하지 못했을까? 오백 년 동안 우리를 지배했던 유교문화는 불교의 탄압과 함께 김시습에서부터 이미 있었던 우리 차문화를 없애버리는 폭거를 저질렀다. 그 후 우리는 차문화라고 할 것도 없는 토대 위에서 차인들은 일본이나 중국차를 흉내 내기에 바빴다. 우리 것이 없어 그랬겠으나 딱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차문화는 차와 찻그릇, 차살림법이 있어야 완성된다. 우리는 그릇도 살림법도 없었으니 일본이 자랑하는 규스를 아무 생각 없이 즐겨 썼다. 그들의 찻법을 우리 것인 줄 알고 가르치고 또 배웠다. 막대형 손잡이 규스는 일본 사무라이의 칼을 상징하는 일본의 고유 예술품이다.

    모방에서 창조가 이루어지는 거지만 이제는 우리차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차와 찻그릇, 차살림법을 새롭게 이룩해야 한다. 차가 달라질 때 우리의 의식도 달라지고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국빈초청 행사 등에서 중국은 그들의 오랜 역사적 산물인 찻그릇으로 상대를 제압한다고 한다. 몇 백 년 전의 찻그릇으로 역사를 증명하며 한잔 차를 건네면 이미 상대는 기가 죽는다고 한다. 이렇듯 차문화는 하나이면서 모두인 것이다.

    비로소 우리에게도 우리차를 개혁하고자하는 기운이 일고 있다. 우리차를 완성하고 우리 찻그릇도 거의 완성되었다. 우림이, 나눔이, 보듬이… 찻그릇 이름도 정겨운 우리말로 지어졌다. 차살림법 또한 백장선원청규 찻법과 우리 어머니들의 살립법에 의거하여 새롭게 만들어졌다. 인간은 생존과 상관없는 그 무엇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곧 문화다. 문화는 고차원적인 정신의 향상과 발전을 지속시켜준다.

    윤덕점(시인·사천문화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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